너무 시끄러운 고독 후기

2025. 7. 31. 09:28·생각흐름(Stream of Thoughts)

「너무 시끄러운 고독」 짧은 감상평: 한탸와 포레스트 검프

  겉으로 보기에는 폐지 압축 공장에서 '월급루팡'처럼 일하는 남자, "한탸"의 이야기입니다. 주어진 육체노동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폐지 더미 속에서 건져 올린 책들을 읽고 생각하는 데만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 어찌 보면 한가로워 보이기까지 하죠. 마치 예전 80년대 수험생들이 영어사전을 외우고 그 페이지를 씹어먹었던 것처럼, 햔타는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압축기에 집어넣고 종이벽돌로 만들어버립니다. 하지만 햔타의 일은 책을 읽는게 아니라, 책을 새 종이로 재생시키기 위한 압축 작업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책만 읽고 일을 대충하는 거 같은 모습에 상사로부터 계속 욕을 먹습니다. 누군가가 보면 프로의식이 부족한게 아닌가? 그냥 월급루팡이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탸는 마치 '체코판 포레스트 검프' 같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을 통해서 그 시간여행을 하면서, 그 시대를 같이 헤엄치는 느낌이 드는데요. 2차대전기에는 프로이센 왕립도서관의 책들을 파쇄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히틀러를 찬양하는 서적들을 파쇄합니다. 새로운 압축기가 들어오고, 사회주의의 파도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사실 이런 방식은 포레스트 검프나 창문 밖으로 도망친 100세 노인 같은 소설이 있지만, 이 소설이 1976년 작이니 가장 오래되지 않았을까요?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검프가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시대의 흐름 속을 유영했다면, 한탸는 그와 정반대였습니다. 세상에 대해 너무나 많은 생각을 품고 있었죠. 워런 버핏의 명언처럼, 미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검프에게는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고, 한탸는 불행하게도 자유로운 미국이 아닌 억압적인 체코인이었습니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검프는 군인이 되어 베트남전도 나가고, 새우잡이 사업도 하는 등 세상으로 나아가 직접 사회와 부딪치면서 깨지고 성장해갔다는 것입니다. 반면 한탸의 삶은 물리적으로 지하실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검프보다 훨씬 똑똑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내지 못합니다. 한탸가 결국 깨닫게 되는 순간은 그가 사랑한 직업을 강제로 그만두게 되어, 지하실 밖으로 나가서야 찾아옵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오직 책과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개인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는 굉장히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고를 하지만, 결국 그는 점점 더 고독해져 갑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가 이 일을 너무나 사랑하고 그의 영혼을 바쳐서 했다는 것입니다. 강제로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라는 점. 머릿속을 가득 채운 온갖 사상과 인용구들, 그리고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는 그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습니다.

 

  해피엔딩으로 가기에는 험한 세상이었고, 실제로 그의 주변인물 중에서 "해피"한 결말을 맞이한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그는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을 맞이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는 결국 그가 사랑한 책과 활자 곁에서 떠날 수 있었으니까요. 거대한 국가와 사회, 시대의 흐름 앞에서 개인은 너무나 무력한 존재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검프처럼 운이 좋고 아무 계산없이 해낼 수는 없으니까요. 누가 한탸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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